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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집이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는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발간한 2023년 '라이프 앳 홈'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내용입니다. 이 보고서는 38개국에서 3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으며, 그중 한국인 1천 명의 의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한국인에게 집이란
집에서의 생활을 매우 긍정적으로 느낀다'라고 대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단 12%에 불과했습니다. '적절하게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대답을 포함해도 43%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글로벌 전 세계 38개국 중에서도 최하위에 위치하는 것으로 한국인들이 집에서의 생활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럼 왜 한국인들은 집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할까요? 한국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집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은 '편안하게 쉬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TV를 보고, 컴퓨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전 세계적으로 1위를 차지하며, 우리가 '집에서 휴식'을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집에서 가족과 어울리고,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이 차이는 우리의 생활 습관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집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활동들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집안일', '인테리어', '요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우리에게 '일'이며, 집에서의 휴식을 방해하는 요소로 인식됩니다. 또한, '자녀 육아 교육'도 만족감을 주지 않는 활동 중 하나로 나타났는데, 이는 우리가 집에서 자녀를 가르치는 것도 '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집에서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 함께 사는 사람과 뭘 하면서 웃는 것 등을 통해 만족감을 얻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집에서 '일'이 아닌 '휴식'을 원하며, 그를 통해 만족감을 얻습니다. 이는 우리의 가치관과 생활 습관을 반영하며, 우리가 집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2. 한국인에게 프라이버시와 집에서의 휴식
우리 모두 지난날 가족들과 함께 밥상을 둘러싼 풍경을 기억합니다. 그때의 모습들이 지금 떠오르면 어딘가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 결혼을 하니?'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고, '대학은 잘 다니고 있니?'라는 물음에는 당황하며 '왜 궁금해?'라고 대꾸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불편함에 갑자기 일어나 '다 먹었습니다!'라며 방으로 돌아가는 애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방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죠. 이런 모습들이 지금도 여전히 떠오른다면, 그것은 우리가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불편하게 느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한국인들에게 집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바로 '휴식'입니다. 그런데 이 휴식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형태의 휴식입니다. 세계 1위를 차지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40%의 사람들이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OTT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무엇이든 간에,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그 순간이 가장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나만의 공간'을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내 방을 함부로 열지 마!'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인 것입니다. 우리가 가족들과의 소통보다 혼자의 시간을 더 선호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3. 한국인의 잠과 집
모든 이들에게 잠은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가구 기업들이 소비자의 잠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들의 대답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나왔습니다.
설문의 한 부분에서 "숙면의 핵심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혼자 자는 것'이라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비율은 무려 30%였습니다. 해외에서는 커플이 어떻게 편안하게 잠을 취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혼자 자는 것'이 숙면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설문에서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응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단지 12%만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 사회의 프라이버시 존중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거나 친척이더라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로 인해 집 안에서도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조됩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018년에 나온 '초록어린이 우산대'의 연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평균 13분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집은 사실상 '수면실'이나 '수납실'과 같은 기능을 하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이유는, 우리가 집 대부분의 시간을 휴식에 사용하며, 건강이나 취미 생활 등 다른 활동들은 집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입니다.